신창동 유적지는 2000년 전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가사적 375호이다. 신창동 유적지는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에서 비아 쪽으로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아파트가 밀집해 있지만, 원래는 영산강 유역의 낮은 평야지대였다.
이러한 근거를 입증하듯 신창동 유적지에는 늪과 연못 터가 있고, 토기 굽는 가마터가 있으며, 독무덤과 집터 및 배수시설 등이 있어 마치 당시의 타임캡슐을 보는 듯하다. 영산강의 범람으로 인해 형성되었을 걸로 추정되는 늪과 연못 터는 구릉의 동쪽 낮은 충적지의 하부에 위치하며, 모두 10개 층으로 나누어진다.
늪과 연못 터에서 출토된 유물로는 목제검, 칼집, 활 등의 무기류와 빗, 괭이, 물고기를 잡는 통발, 나무 뚜껑, 굽다리 접시 등의 목재류가 있다. 또한 발화대라 하는 불틀과 신발 제작을 위한 신발골, 문짝, 생활용구로 사용되었을 빗자루와 망태기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토기류, 칠기류, 석기류와 불에 탄 쌀인 탄화미, 볍씨, 살구씨, 오이씨 등의 씨앗류도 출토되었다.
특히 칠기제작 공정자료의 출토는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칠을 모아 정제하고, 또한 저장해 두고서 수시로 바를 수 있는 저장 용기와 칠주걱 등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유물들이기 때문이다.
신창동 유적지 근처의 영산강은 예로부터 ‘칠천’이라 회자되었는데, 바로 이와 같은 칠기류 제작과 깊은 관련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토기 가마는 등고선 방향과 같이 남북으로 나 있는데, 길이 8미터, 최대 너비 2미터에 이른다. 황갈색의 푸석푸석한 돌이 많이 섞인 흙으로 된 지층인 석비레층 지반을 파고 만든 것이다. 가마바닥은 U자형이며 5에서 8도의 경사를 이루고 있다. 출토유물은 점토대 토기, 검은 간토기, 대접, 두형 토기, 굽다리접시, 시루, 옹형 토기 등의 토기류와 철도자 등이 있다.
독무덤은 토착 농경민의 어린이 무덤으로 53기가 발견되었다. 불과 125㎡ 면적에 밀집해 있는 상태로 보아 어린이용 공동묘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아 사망률이 높던 때였으니 만큼 아이들이 죽으면 평소에 쓰던 항아리에 아이들을 묻었을 것이다. 특히 유물과 함께 출토된 것들 중에는 기생충 알도 섞여 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이 회충과 편충에 걸렸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집터는 장방형 움집으로 석비레 암반층을 파고 만들었다. 바닥의 중앙부는 진흙을 불에 구워 다졌으며, 바닥 가운데에 타원형의 화덕을 설치하였다.
신창동 유물 발굴에 ‘빅3’라 일컫는 것이 있다. 첫째는 현악기 및 타악기의 발굴, 둘째는 베틀부속구인 ‘바디’의 발굴, 셋째는 수레 부속구의 발굴이 그것이다. 먼저 최고의 현악기인 슬. <삼국지> 에 10현 악기인 슬 에 대한 기록이 있다. “악기로 ‘슬’이 있는데, 그 모양이 중국의 현악기인 축과 같다. 이것을 타면 소리와 곡조가 나온다”는 기록이다.
베틀부속구인 바디가 천의 재료인 원사를 꼬아 만드는 방추차, 실감개, 그리고 천조각과 함께 출토되었다. 이것은 직접 천을 생산했음을 알려주는 귀중한 유물이다. <삼국지>에는 “양잠을 알고 면포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레의 확인은 더욱 놀랍다. 97년 확인된 수레바퀴와 가로걸이대는 처음엔 의례용 목기인 줄 알았다.
후한서 동이전 한조에 “마한인은 … 소나 말을 탈줄 모른다. 진한은 소와 말을 타고 부릴 줄 알았다”는 기록 때문이었다. 수레바퀴의 출토는 이 기록이 잘못 된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신창동에서 출토된 수레바퀴는 바퀴살이 박힌 바퀴통 부분에 해당된다. 바퀴살이 박혀있고 빠진 흔적이 남아있다. 가로걸이대는 수레를 끄는 말의 고삐가 통과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멍에가 장착되며 수레 채에 의해 굴대와 연결된다. 특히 가로걸이대의 고삐고리에서는 마차를 사용한 흔적이 확인되었다.
이 같은 유물은 이 지역에 수장급 실력자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귄위적 상징물이다. 또한 활발한 물자교역 및 교통체계가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대표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적들은 초기 철기시대 생활문화연구와 농경생활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고 목재 유물을 통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중요하다. 또한 당시의 생산과 유통, 생활양식과 농경생활의 발전, 전파경로 등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